실제로서의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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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서의 정의: 다수결과 합의, 여론과 AI 시대의 정의 실현 조건

실제로서의 정의: 다수결과 합의, 여론과 AI 시대의 정의 실현 조건

정의는 단지 철학자들의 개념에 머물지 않고 사회 현실 속에서 구현되어야 할 실천적 가치입니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복잡다변한 사회에서는 단일한 정의 기준을 설정하기 어렵기에, 절차와 참여, 합의가 더욱 중요해집니다. 정의 도출을 위한 선결문제를 고려하고, 다수결 원칙, 합의, 여론의 작용을 이해하는 것이 ‘실제로서의 정의’를 구현하는 첫걸음입니다.

1. 정의 도출을 위한 선결문제: 누가 정의를 정하는가?

‘무엇이 정의인가’를 말하기에 앞서, ‘누가 정의를 설정할 권한을 가지는가?’라는 문제가 먼저 제기되어야 합니다. 역사적으로 이 질문은 권위주의 체제에서 민중을 배제한 정의 개념이 오용된 사례와 연결됩니다. 예컨대 나치 독일은 ‘법적 절차’를 갖췄지만, 그 정의 개념은 윤리적 기준과는 괴리돼 있었습니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절차적 정의(procedural justice)가 중요한 전제가 됩니다. 즉, 정의의 내용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정당한 절차를 통해 구성원이 합의한 기준

2. 다수결 원칙: 민주적 정당성과 그 한계

민주주의의 핵심 메커니즘인 다수결 원칙은 결정 과정에서 효율성과 정당성을 동시에 부여합니다. 그러나 다수결이 언제나 정의로운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다수결이 단기간 감정에 휩쓸린 결정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흑인 인권을 제약했던 미국의 짐 크로 법도 당시 다수의 ‘정당한’ 입법 절차로 탄생했지만, 정의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이에 따라 법철학자 롤스는 다수결로 정한 규범도 정의의 원칙을 위배한다면 제한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다수결 속의 소수 보호’라는 민주주의의 균형 원리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3. 자기결정의 원리로서의 합의: 롤스와 하버마스의 관점

롤스는 정의를 “모든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조건에서의 공정한 합의”로 설명했습니다. 단순한 숫자의 우위가 아닌, 자율성과 평등성이 보장된 상태에서의 동의가 진정한 정의의 조건이라는 것입니다.

하버마스 역시 ‘의사소통 행위 이론’을 통해 합리적 숙의(deliberation)를 통한 합의가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즉, 정보가 공유되고, 왜곡 없는 토론을 통해 형성된 합의야말로 정의의 사회적 기반이라는 것입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절차적 합리성이 정의 실현의 핵심임을 강조하며, 시민의 참여와 자기결정권이 없는 정의는 공허하다고 경고합니다.

4. 여론: 정의 실현의 양날의 검

여론은 사회적 판단의 핵심 기반이며, 현실 정치와 입법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2020년 미투 운동이나 장애인 이동권 이슈처럼 여론은 정의로운 변화의 촉매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론은 감정, 편견, 정보 왜곡에 취약합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여론재판’은 당사자의 법적 권리를 침해할 수 있으며, 사회 전체를 선동할 수도 있습니다. SNS를 통한 ‘마녀사냥식 여론’은 특히 위험합니다.

정의로운 여론 형성을 위해서는 사실 기반의 정보 공개, 언론의 책무, 시민의 미디어 리터러시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5. AI 시대의 정의: 절차의 공정성과 알고리즘 편향

최근에는 AI와 알고리즘이 정의 실현에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AI 판결 보조 시스템 COMPAS가 흑인에게 불리하게 작동한 것이 문제 되었고, 국내에서도 AI 채용 시스템이 여성, 고령자에게 차별적 결과를 낸 사례가 지적되었습니다.

이는 기술도 ‘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가, 구현하려면 어떤 기준이 필요한가 하는 새로운 정의의 선결문제를 던집니다. 인간 중심의 설계, 검증 가능한 절차, 그리고 책임 있는 데이터 윤리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6. 결론: 실제로서의 정의는 절차, 합의, 참여로 실현된다

‘정의’는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사회가 합의하고 참여한 절차에서 비로소 형성됩니다. 다수결은 유효한 도구이지만 그 자체로 정의를 담보하지 못하며, 합의는 수단이 아닌 정당성의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여론은 정의 실현의 에너지이자, 오염된 여론은 정의 왜곡의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기술이 판단에 개입하는 시대, 우리는 정의를 다시 묻고, “누구를 위한 정의인가?” “어떤 절차를 통해 정당화되었는가?”를 성찰해야 합니다. 실제로서의 정의는 그렇게, 끊임없는 점검과 조율 속에서만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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